2022. 9. 10. 18:18ㆍ즐거운 등산 일기
일시 : 2022년 9월 8일 - 9일 (1박 2일)
날씨 : 17도 ~ 25도
코스 : 오색약수터 - 대청봉 - 중청 대피소 (1박) - 서북능선 - 한계령 삼거리 - 한계령 휴게소
시간 : 오르는데 5시간 + 내려오는데 6시간 = 총 11시간
태풍 힌남노가 올라온다는 소식으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였습니다만, 태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의 설악산은 고요하였습니다.
오색약수터에서 설악산 대청봉까지 오르는 길은 힘이 듭니다. 시작하면 바로 돌계단을 만나게 되는데, 갈수록 경사는 조금씩 가팔라지면서 좀처럼 정상과 가까워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출발해서 두 시간 정도 열심히 오르면 설악폭포를 만나게 됩니다. 설악폭포는 대략 중간 지점에 있으니, 여기까지 오르셨다면 절반은 오른 셈입니다.
운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설악산에 왔을 땐 안개와 구름 때문에 건너편 봉우리도 잘 안 보였는데, 이 날은 시야가 닫는 곳까지 깨끗하게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발아래 운무를 원 없이 볼 수 있었네요. ㅎㅎ
오를 때는 가능한 늦지 않게 중청 대피소에 도착하기 위해서 오색 - 대청봉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대략 4시간이 걸린다고 안내가 되어 있는데, 제 속도로는 5시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중간에 쉼터를 새롭게 잘 만들어 두어서, 휴식을 취할 때 잘 쉴 수 있었습니다.
오색약수터에서 대청봉까지는 쉼 없이 오르기만 하는 코스이다 보니, 거의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는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그냥 눈높이의 돌무더기 경사만 지겹게 봐야 합니다. 대략 정상에 가까워지니 발아래 경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청봉에 올랐습니다. 1708m라는 높이와 대청봉이라는 힘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색 글자가 약간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설악산 정상의 존재감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네요!
대청봉을 지나서 중청으로 내려오는 길은 짧지만, 양쪽으로 내설악과 외설악을 다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외설악은 멀리 속초까지 보였고, 양쪽으로 펼쳐진 운무를 보면서 힘들었던 것을 싹 잊을 수 있었습니다. 등산은 참 신기하게도 한걸음도 걷기 힘들고 그만두고 싶다가도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에 싹! 기억 상실되는 것 같습니다.
왼편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네요. 이렇게 멋진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폰에 담아보지만 느낌을 다 전하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쉽네요. 여기서 느꼈던 바람소리, 신선한 공기, 햇살의 온기, 모든 것을 담아오고 싶은 것은 욕심이겠지요?
하산할 때 한 번도 하지 않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내려가야 되는데 순간 방향을 착각해서 올라가는 역방향으로 가버린 것이었습니다. 대청봉에서 한계령을 향해서 하산을 한지 두 시간쯤 되었을 때 적당히 쉬기 좋은 곳이 있어서 잠시 간식과 물을 먹고 다시 일어섰는데, 여기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지 않은 코스라서 착각을 했습니다.
역방향인지도 모르고 30분을 넘게 걸어갔는데, 핸드폰으로 지도를 확인해본 순간 다시 대청봉으로 가고 있는 것을 알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중간에 핸드폰을 보지 않았더라면 다시 대청봉 정상으로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왔다 갔다를 하면서 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니까 다리가 더 아픈 것 같고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조바심도 나더라고요. 이런 실수를 하다니 ㅠㅠ
오색에서 식당을 찾으신다면, 단골 식당을 추천드립니다. 아주머니, 아저씨 모두 너무 친절하시고 음식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더덕구이 정식을 먹었는데 맛있어서, 다음날 하산해서 또 찾았답니다. 식당 이름처럼 단골이 되었네요. 하산해서 너무 배가 고팠는데, 아주머니께서 직접 감자를 갈아서 만들어주신 감자전은 대박이었습니다.
https://place.map.kakao.com/21244251
방향이 맞다면 정상엔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누군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번 등산에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마터면 대청봉을 두 번 오른 등산이 될 뻔했습니다. 아마 대청봉으로 다시 돌아갔어도 기억에 남는 멋진 산행이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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