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5. 22:20ㆍ즐거운 등산 일기
워케이션을 다녀오겠습니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휴가를 보내고 오겠다고 했더니 팀 메이트분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다.
워케이션 = Work + Vocation, 즉 회사나 집이 아닌 장소에서 근무시간 중에는 일을 하고 근무를 끝마친 시간에는 휴가를 보낸다는 뜻이다. 우연히 TV news에서 워케이션으로 뜨고 있는 강원도 지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래 2월의 마무리는 그래, 워케이션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서 좀 더 능률적이고 행복하게 일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속초로 고고~!
속초 오복식당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복식당이 위치해 있었다. 유명한 곳인줄 모르고 갔기 때문에 기대가 일도 없었다. 평일 점심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중에서 빈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종업원이 와서는 웨이팅 접수부터 하고 나서 자리를 잡으라는 거다. 이미 내 앞에 웨이팅팀이 6팀이나 있었다니.
일단 보쌈에 국수 주문. 과연 보쌈과 국수를 다 먹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음식이 나와버렸다. 보쌈 하나 맛을 본다음에 바로 느낌이 왔다. 이거 잘하면 국수랑 보쌈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남기면 안되는 맛이었던 것이다. 국수도 맛이 좋았지만, 여기를 가게 되시면 꼭 보쌈을 맛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청초항 회국수
여긴 정말 기대 일도 없이 간 식당이다. 옹심이를 먹으려 갔다가 재료가 다 떨어져서 영업이 끝났다는 냉정한 종업원의 말을 듣고서 허전한 발걸음이 닿는대로 간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속초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단연 최애 일등 음식이 되었다.
뭔가 되게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한젓가락씩 줄어드는 그릇을 보면서 아.. 빨리 없어지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먹고 있었다. 맵지도 않았고 또 씹히는 생선(?)의 맛이 계속해서 입을 오물오물하게 만들었다.
공가네 감자 옹심이
얼마나 맛있는 식당이면 재료가 그렇게 빨리 떨어질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음날 점심에 다시 방문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사람들이 거의 꽉 차 있었다. 감자 옹심이 맛은 음.. 뭐라 해야 할까? 쫄깃하면서 부드러우면서 고소하면서 더 씹고 싶지만 빨리 삼키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 너무 맛이 있어서 감동이었다.
이래서 장사가 잘되는거구나..국물은 걸쭉하면서 부드러웠고, 감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속도 든든하고 편하고,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그런 맛이었다. 다음날 또 먹고 싶은 그런 맛이었지만, 다음날 또 가지는 않았다.
속초 오징어짬뽕
여기를 들어가기 전에 나란히 붙어 있던 홍대 돈가스집이랑 이곳이랑 잠시 갈등을 했었다. 검색을 해 보니까 오징어가 한 마리 통째로 짬뽕에 들어간다고 되어 있어서, 돈가스집을 포기하고 이 짬뽕집을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돈가스집을 가는 게 나을 뻔했다.
기대가 커서 그랬나? 짬뽕맛도 괜찮았고 탕수육 맛도 괜찮았다. 하지만, 뭔가 그 전에 이미 속초 맛뽕에 취해있어서인지 동네 중식당에서 나오는 것 같은 평범한 맛에는 만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완뽕 한 그릇에 완수육까지 다 먹고 나서 배가 터지는 것을 허리띠로 간신히 방어하면서 식당을 나올 수 있었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
엄마손 순두부
원래 계획은 설악산 울산바위의 웅장한 자태를 바라보면서 커피와 빵으로 우아하게 아점을 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소노펠리체에 정말 끝내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사람이 너무 많고 주차도 힘들고..) 그냥 차를 돌려서 나왔다. 갑자기 속초에 폭설 주의보가 내리면서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그래.. 길 막히기 전에 서울로 빨리 가자꾸나..라고 차를 돌렸는데, 이 순두부집이 눈에 들어왔고 배는 마침 고팠다.
아침도 잘 먹지 않는 내가, 이런 잘 차려진 한상을 주문하다니, 서울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밥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맛은 기가 막혔다. 순두부들이 입에서 녹은건지 어떤 건지 고소한 맛만 남기고 자꾸 사라졌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먹었는데, 어? 이 식당 맛집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 엄청난 맛집이었다. 먹을 운이 너무 좋은 건가..
워케이션으로 블로그를 쓰려고 했는데 그냥 맛집 기행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업무는 대외비라서 여기에 쓰지도 못하니까, 그냥 맛집 추억이라도 남겨본다. 다음엔 혼자 가지 말고 꼭 누군가와 같이 와야지..대게는 혼밥으로 먹긴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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