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설악산 등반

2017. 2. 5. 01:30즐거운 등산 일기

첫번째 설악산 등반은 의욕은 앞서고 준비는 부족한 그런 산행이었습니다. 설악산 종주를 하루만에 하겠다는 것도 그렇고, 음식도 장비도 북한산이나 관악산 정도 등반하는 수준으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천불동 계곡을 내려오면서, 그 멋진 경치를 충분히 느끼고 감상했어야 했는데, 발목이 아프고 배가 고프고 하니까 점점 진행 속도는 느려지고,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할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마음 편히 마무리를 못한 느낌이 컸습니다.


두번째 등반은 1박2일로 여유있게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설악산 등산코스의 최고봉인 공룡능선을 타기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공룡능선을 타지는 못했습니다. 하필이면 그날이 경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던 날이었고, 국립공원측에서는 공룡능선을 통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공룡을 포기한 이번 코스는 [한계령 휴게소 - 대청봉 - 소청봉 - 소청대피소 (1박) - 봉정암 - 수렴동대피소 - 백담사] 입니다. 




산으로 향하는 길은 멀지만 즐겁습니다. 강원도를 접어들면서 뻥 뚤린 도로가 맞이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전에 몇번 과속으로 딱지를 뗀적이 있어서, 이번엔 마음을 즐겁지만 과속을 하지 않고 주의해서 갑니다. 




출발 장소는 한계령 휴게소입니다. 휴계소 바로 옆에 산으로 오르는 높은 계단이 보이는데, 그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이 바로 등산로 출발점입니다.  올라가는 계단이 108계단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정도 되어 보입니다. 꽤 가파릅니다. 계단을 다 올라서면 추모비가 하나 보이는데, 어떤 추모비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네요. 베낭의 무게를 달아볼 수 있는 저울이 있는데, 무게는 12Kg. 1박을 하려고 준비하다보니 무게가 좀 나가게 되었는데, 다음엔 가급적 베낭 무게를 최소화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Kg, 꽤 무겁네요.






솔직히,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가는 코스, 수월하지 않습니다. 전 오히려 오색 - 대청봉 코스가 쉬웠습니다. 사진처럼 중간 중간에 계단을 만드는 공사 구간이 있었습니다. 공사하시는 분들이 아예 산속에 천막을 쳐 놓고 생활하고 계시더군요. 지금쯤은 공사가 마무리가 되었을것 같은데, 아마 한결 수월한 코스로 변해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이때는 공사 구간도 많고 워낙 급경사 구간이 많아서 대청봉까지 도달하는데 체력소모가 많았습니다.




날씨가 이번에도 별로였습니다. 대청봉에 올랐지만 시계는 거의 제로 였습니다. 구름이 잔뜩, 그리고 저녁부터는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걷기도 쉽지 않은 날씨였습니다. 이번 등반은 무거운 베낭에 비까지 내려서 기분도 몸도 많이 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소청 대피소에서 1박을 할 수 있었기때문에 중간 충전이 많이 되었던것 같네요.






소청 대피소는 비교적 새로 지어져서 깔끔하고 아늑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고 아담한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피소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간혹 품절되는 경우도 있으니, 꼭 필요한 음식과 물은 반드시 챙겨오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날은 대피소 전기시설에 문제가 있어서 전자렌지 사용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큰 문제는 없었지만, 햇반을 데워 먹지 못하니 불편하더군요. 전에도 희운각 대피소 매점을 갔을때 제대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피소 매점만 믿고 물이나 음식을 적게 챙겨오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피곤했기에 소등이 되니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기상을 했는데, 대피소에서 긴급 안내 방송을 하더군요. 경주에서 진도 7의 큰 지진이  났고, 설악산은 지반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낙석의 위험이 크니, 빨리 하산을 하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공룡능선은 통제가 되었고, 이날 아침부터 설악산 입산도 전면 통제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참고로 전 SKT였는데, 유독 SKT는 소청대피소에서 안터지더군요. KT 쓰시는 분들은 카톡도 받고 하던데, 전 핸폰이 안터지니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죠. 집에서 가족들은 엄청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뉴스에서 설악산도 지진때문에 위험하고 입산이 통제되었다고 들었는데, 저랑 연락이 안되니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공룡은 포기하고 백담사쪽으로 하산 코스를 잡아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입산이 통제되어서 올라오는 등산객도 없었고 홀로 경치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내려오다보니 어느덧 백담사까지 내려오게 되더군요.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설악산을 뒤로하고, 다음엔 꼭 공룡능선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남기며 산행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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