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 18:01ㆍ즐거운 등산 일기
2일 차, 본격적인 산행 시작이다. 설악산 초입은 아직 푸르른 녹엽 일색이더니만, 조금 더 오르니 붉은색으로 변해간다. 날씨는 맑았지만 산행을 하기엔 약간 더운 날씨였다. 혹시나 바람이 불고 추울까 싶어 소프트쉘 재킷을 새로 구해서 챙겨갔는데, 한 번도 입을 일이 없이 짐만 되고 말았다.
1일차 산행 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도 읽어주세요 ^^
https://lovemountain.tistory.com/46
이번이 다섯 번째 설악산 등산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설악산은 쉬운 산이 아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 설악산 대청봉 정상의 높이가 1,708m이다. 여기까지 이를 악물고 오르느라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 다시 일몰 시간 전까지 하산하려면 방전된 상태로 길고 긴 하산을 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중간에 쉬고 먹고 하면 바로 몸이 충전이 되는 느끼이었지만, 이번엔 하산 중간쯤부터 몸에 조금씩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충전이 빨리 안된다!
일반적으로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올라가는데 4시간, 내려오는데 3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번엔 내려오는 길이 5시간은 걸린 것 같다. 중간에 쉬고 또 쉬고... 내년엔 더 체력을 키워서 오리라. 어쨌든 올해도 너무나 멋지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 설악산에 고맙다는 마음을 남기며, 10월에 한번 다시 오리라 생각한다. 기다려라 단풍들아. ㅎㅎ
힘들면 산을 찾게 된다. 특히 설악산에 대한 애착이 크다. 힘들다고 산에 왔더니 더 힘들다. 하산하는 내내 다시는 안 올 거란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지금은 산에서 돌아온 지 하루가 지났고 다리는 쩔뚝거리고 어깨는 파스가 착 달라붙어 있지만, 다시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단기 기억 상실에 걸려서 힘든 기억이 삭제된 것 같다. ㅎ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설악산 대청봉 정상석은 붉은 글자가 선명하다. 뒤로는 속초와 동해바다가 보이고 앞으로는 내설악의 끝없는 산맥 자락이 펼쳐진다. 오르면서는 정상에 도달할 생각만을 하고, 내려갈땐 어서 산 밑까지 내려가고 싶어 한다. 과정은 지루하고 단순하다. 사실 한발 한발 딛는 동작을 무한하게 반복하는 것 외엔, 등산이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활동이다. 이 단순하고 지루한 동작에 왜 매력을 느껴서 매번 산을 찾게 되는지 모르겠다. 나 말고도 그런 분들이 대청봉 주변에 많이 모여계셨다. 그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이빨이 드러날 정도로 씩 웃는다.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의미가 담긴 미소인지 충분히 전해진다. 여기까지 올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고요, 안전하게 하산하세요.라는.
올 가을에 다시 온다. I will be Back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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