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설악산 첫 단풍 내린 날

2020. 9. 30. 18:10즐거운 등산 일기

올해 설악산 첫 단풍의 시작은 9월 28일이라고 합니다. 단풍의 시작은 정상에서 20%, 절정은 80%의 나뭇잎이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고 하네요. 2020년 9월 28일, 바로 설악산의 단풍이 시작된 날, 설악산 첫 단풍의 모습은 어떨까요?

 

- 등산코스 : 오색약수 --> 설악폭포 --> 대청봉 --> 중청 --> 서북능선 --> 한계령 삼거리 --> 한계령 휴게소

- 총 소요 시간 : 약 11시간 

 

올 여름 폭우로 인해서 설악산 탐방로의 일부 구간 등산로가 폭우에 쓸려갔습니다. 두 번의 폭우로 철제 난간을 비롯한 등산로가 상당 부분 유실되었다고 하네요. 주민분들께 들으니 단풍철을 앞두고 한창 복구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어서 모든 코스가 개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직 공룡능선 코스와 백담사 쪽 코스는 통제가 되고 있으니, 등반 가능 여부는 꼭!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확인해 보시고 등산코스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설악산 통제 탐방로 안내 - 국립공원관리공단

 

 

"멈추지 않으면 숲을 보지 못하고, 걸음만 재촉하면 발끝만 바라보게 된다."

 

설악산은 그 높이만큼이나 험하고 힘든 산입니다. 매번 "다시는 안온다"면서 뒤돌아 서지만, 멋지고 웅장한 경관이 그리워지면 또 설악산을 오를 계획을 잡습니다. 자연이 선사하는 장엄한 경관을 보기 위해선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게 필요합니다. 계속 걷기만 한다면 돌과 바위가 제멋대로인 길을 살펴 걷기 위해서 시선을 발끝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중청대피소부터 빨간 단풍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음달이면 점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일 기세입니다.

 

 

 

"보잘것없는 돌과 나뭇잎에도 햇살이 내려앉으니 나름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새벽 5시에 오색약수터에서 입산했습니다. 해가 뜨기 전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뿐이었죠. 헤드렌턴에 의지해서 겨우 앞 2-3m만을 보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흑백 영상과도 같은 등산길에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서서히 동이 트면서 등산로가 밝아지기 시작했을 때, 자연은 자신의 모습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햇살을 받은 돌과 바위, 나뭇잎들은 그 모습을 드러내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그냥 스쳐 지났던 수많은 사람과 인연들도, 누군가의 관심을 햇살처럼 받는다면 분명 나름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스쳐 지나가네요. 

 

 

 

비현실적이면서 웅장함에 압도되는 설악산의 모습입니다. 사진으로는 그 웅장함이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고목과 운해, 그리고 바위의 능선 모습은 설악산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다고 생각됩니다. 이날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었고, 주변의 주민분들도 이런 날은 참 드물게 만날 수 있다고 하시네요.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와 속초시내, 그리고 동해바다까지 보이는 뷰 포인트입니다. 이때까지만해도, "하산하면 속초로 바로 달려가서 회와 매운탕을 먹을 거야!"라고 다짐했지만...ㅎ

 

 

 

설악산 대청봉 정상입니다. 대청봉에 와 보신 분들은 느낄것 같지만, 사실 정상석 말고는 별로 인상적인 것이 없는 그런 정상입니다. 그냥 계속 오르다 보니, 어? 여기가 대청봉 맞아?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네요. 하지만, 1708M라는 것을 확인하면 그 뿌듯한 성취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이시나요? 설악산 정상부터 시작되는 붉은 파도의 시작 물결입니다.

 

 

 

마침 중청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헬기 한대가 날아왔습니다. 혹시나 설악산 등반중에 부상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지만, 뭔가를 헬기에 메달고 내려가네요. 알고 보니, 간이 화장실을 통채로 헬기에 달아서 하산시키는 작업을 한거였네요. ㅎㅎ

 

 

 

 

 

 

유독 뾰족한 이 바위의 이름이 궁금합니다. 만년필촉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이 바위의 이름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북 능선을 계속 걸으면서, 하루에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오는 코스는 쉽지 않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헥헥거렸습니다.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잡은 코스는 아닌지.. 내려올 때 무릎은 왜 그리 아프던지, 고작 1Km를 가는데 왜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별로 남지 않은 배낭 무게는 오늘따라 왜 이리 무거운지 ㅠㅠ 푸념을 하면서, 그래도 무사히 하산을 하였습니다. 

 

설악산에 올때마다 무언가 하나씩을 배워가는 것이 참 좋습니다. 몸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도 너무 좋았고, 더없이 푸른 가을 하늘과 단풍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가을에는 코로나를 멀리하기 위해서 가까운 산이라도 꼭 가셔서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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