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7. 00:04ㆍ즐거운 등산 일기
코로나 극복, 등산으로 이겨냅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등산, 북한산 백운대 등산 일기
#. 출발은 신발끈을 조이는 것으로 시작하자!
#. 북한산 탐방 지원 센터 주차장. 위치가 궁금하시면 북한산 초등학교로 찾아오시면 된다. 오전 11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주차장은 만차다. 늦었다. 많은 분들은 이미 정상에 도착하셨거나, 이미 백운대를 찍고 하산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 순토 스포츠 워치로 GSP 위치를 수신 확인하고 출발한다.
#. 이날은 태풍 "하이선"이 동해로 올라온다고 해서, 3시 이후부터는 아예 입산이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3시 전이기 때문에 입산은 무사통과 ㅎㅎ.
#. 등산 중에도 마스크 착용을 해야 된다. 많은 분들이 아직 잘 모르고 계시는 것 같다.
#. 드디어 백운대를 향해서 출발한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나의 작은 도전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공간이 바뀐 것이 힘들다. 재택을 반강제로 하고 있는데, 공간과 주변 환경이 주는 영향에 아직 익숙지가 않다. 내가 집에서 쉬다가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을 하다가 쉬고 있는 것인지, 공간과 환경과 내 자신이 구분이 모호해진다. 어떤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집에서 몰입을 하거나 집중을 하기 어렵다. 집에서 서로 간에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위해서, 가족들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룰을 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는 등산로는 몇 개의 루트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보고 싶어 졌다. 자주 갔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짧고 가파른 코스 대신에, 약간은 완만하지만 거리가 좀 긴 우회 코스를 선택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 때의 단점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만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반면에 의외의 선물을 만났을 때는 그 기쁨이 배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코스를 선택했다.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며~
#. 외국인 등산객을 위해서 영문으로 친절하게 백운대를 표시해 놓았다. (PEAK!)
#. 물이 흐른다. 흘러간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흘러간 물도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 시간과 물은 같이 흘러간다. 지난 일들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어야 하며, 아직 오지 않은 일로 고민하고 걱정할 이유가 없다. 어느 때가 되고 시간이 되면 또 그 장소를 자연스럽게 스쳐서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이런 생각을 얻으려고 산을 찾게 되나 보다. ㅎ
#. 고도가 높아지니 집들이 점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백운대가 가까워진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원래의 것들을 점점으로 바라보니 마음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내려가면 다시 돌아갈 일상이지만 이렇게 잠시나마 현실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것이 또 하나 등산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 백운대 정상이 눈 앞이다. 등산을 하면 꼭 정상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당연한 것이라서 그 생각을 따로 해본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생각했다. 등산을 하면 왜 꼭 정상까지 가야 할까? 그렇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고 싶은 높이만큼만 가다가 내려와도 멋진 등산일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정상에서 느끼는 기분도 남다르겠지만, 한발 한 발에서 느끼는 기분과 자연을 충분히 느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산행일 것이다.
#. 하늘은 흐렸지만 공기는 맑았다. 그리고 시원했다. 여름의 기운은 물러갔는지, 여름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던 날씨였다. 더위 때문에 덥다고 투덜거리는 때가 있었다. 특히 열대야는 참 견디기 어렵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기에 그다음 날도 컨디션이 떨어졌고, 또 그럴까 봐 잠을 잘 때 더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름은 가을로 바뀐다. 날씨가 바뀌니 더위 때문에 힘들었던 밤들은 기억도 안 난다. 요즘 힘든 일이 있더라도 지나간다. 계절이 바뀌듯이.
#. 정상석을 오염시키는 파렴치범이 있는 모양이다. 설악산 대청봉 정상석에 오일을 부어놓은 사진을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는데, 정상까지 오를 정성으로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1000만 등산인이 감시인이 되어있으니 북한산 백운대에 앞으론 얼씬도 하지 말길, 확.
#. 일명 오리바위다.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머리 모양과 몸뚱이 모양이 흡사 오리 한 마리를 보는 것 같다.
#. 북한산 대청봉 정상이다. 얏호~! 탁 트인 시야가 너무 좋지만, 서울의 아파트는 이리 많은 것이더냐? 저 한 채의 평균 가격이 10억이 넘어간다고? 요즘 집값 소식을 들으면 기운이 빠진다.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서 넘치는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 올렸다고 한다. 정부 정책의 실패도 한몫했다고들 한다. 밀물이 들이닥치면 물 위의 배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 순리겠지만, 그 넘치는 돈들은 다 누구한테 가 있는 것일까? 젊은 세대들이 노력해서 내 집 장만 꿈을 갖는 것이 비현실이 되어버린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 그래서 우리들은 소원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빼곡한 소원들이 나부낀다. 모두들 가족 간의 사랑과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들이다. 어머니, 할머니 아프시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소원에 마음 한편이 뭉클해진다. 그들도 나와 다름이 없음을.. 그저 가족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박한 소망을 갖고 있음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 코로나 극복을 위한 북한산 백운대 등산! 4시간 넘는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얼음 콜라와 매콤한 비빔 국수가 생각났다. 생각난건 바로 해결하는 걸로 ㅎ
#. 백운대 정상을 찍고 하산해서 원점에 도착했을 땐 주차장이 텅텅 비었다. 오늘 등산, 처음 가보는 백운대 루트를 알아서 감사했고, 계절의 흐름과 시간의 흐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어서 감사했다. 코로나로 잔뜩 늘어진 몸과 마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줘서 고마웠고, 이상하게 오늘 나에게 길을 물어보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께 작은 도움이지만 드릴 수 있게 되어서 감사했다. 오늘은 감사한 일들만 기억에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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