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9. 15:52ㆍ즐거운 등산 일기
정말 오랫만에 산을 올랐습니다. 가을에 그 좋은 날을 그냥 흘려보내고서 낙엽이 다 저물어간 앙상한 산을 올라봅니다. 요즘 머리가 무겁던 일이 잘 해결되고 고민을 덜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뭐든 잘 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간만에 찾아온 황금같은 휴식기간입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는 휴가. 어쩄든 북한산을 또 오릅니다.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 오르니, 전에 못보던 고양이들이 눈에 띕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네요. 아마 정상에서 사람들이 뭘 먹는지 알고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황량한 산이 더 쓸쓸하게 보입니다. 낙엽은 거의 떨어져 가지만 남은 나무와 회색 바위산을 보고 있으니, 차라리 겨울의 눈 덮인 산의 모습이 어서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힘차게 휘날리는 태극기, 평일이라 그런지 백운대 정상엔 아무도 없습니다. 여기까지 올때 항상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데,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끝까지 올라오게 되네요. 사진으로는 무서움이 다 표현이 안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ㅎ
정상 부근에 냥이들이 5~6마리 무리지어 다니다가, 등산객을 발견하면 하나 둘씩 주변으로 몰려 듭니다. 어서 먹을것을 내놓아라 하는 것인데, 어떤 넘들은 아예 제 손을 툭툭 치기도 합니다.
하산하는데 왠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서 위를 보니, 아니 글쎄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네요. 여기에 집을 짓는 건 아니겠고, 아마 나무 속에 있는 벌레를 찾는 것 같습니다. 좀 전에 오리바위를 보고 내려왔는데, 오늘은 새들이 저를 즐겁게 해 주네요.
조용하고 한적한 등산이었습니다.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구요,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붉은 노을을 보니 뭔가 그 노을을 볼때 느껴지는 특유의 가슴 뭉클함 같은 것이 느껴지네요.
'즐거운 등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 청계산이 궁금하신가요? (1) | 2018.08.22 |
---|---|
[북한산 비봉] 비봉에서 사모바위까지 (0) | 2018.06.16 |
[북한산] 높은 가을하늘, 여성봉을 지나 오봉으로 (1) | 2017.10.08 |
나에게 맞는 등산은? (5) | 2017.09.03 |
[월악산] 늦여름의 푸른 하늘과 함께한 월악산 등반 (0) | 2017.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