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5. 16:48ㆍ즐거운 등산 일기
등산 하루 전날에 국립공원에서 문자가 왔다.
"12월 23일 02:00 대설주의보 발효로 탐방로와 대피소 이용이 통제됩니다"
일찍 휴가를 내고 1박 2일로 준비했던 겨울 설악 등산은 허무하게 이렇게 끝날 뻔했다.
일찌감치 설악산 소청대피소를 예약해두었는데, 날씨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대설주의보에 설악산을 올라가는 것은 무모하다고 위안을 하면서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당일날 아침 다시 뜻밖의 문자가 왔다.
"대설특보가 해제되어 탐방로 안전 상태를 종합 고려한 결과, 탐방로 및 대피소 이용이 가능함을 안내드립니다."
그래, 하늘이 돕는구나!
하지만, 문자를 확인한 시간이 늦었기에, 서둘러 출발한다 하더라도 입산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약간 무리다 싶다고 생각했지만, 문자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차를 끌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늦게 출발한 덕분에(?) 예상보다 한 시간 늦게 대피소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그 마지막 한 시간이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 이번 산행을 하면서 힘들게 걷고 추위에 떨면서 많은 생각을 품고 걷게 되었다.
해는 지고 있고 눈은 내리기 시작하는데, 홀로 하는 산행인데다가, 누가 대설주의보가 내린 설악산을 타고 있을까? 힘들고 조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걷게 되었다.
"목적지가 있으면 조급해 지지 않는다"
"조급한 건 늦게 출발했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지금 발 밑의 이 길을 지나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다"
"무리하려는 것은 대부분 조급한 마음 때문이다."
"문턱까지 도착했을때는 차라리 길게 보고 조금 쉬어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면 불안하지 않다."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을 때는 그것에만 집중해라"
"자신을 너무 과신할 필요도 없지만,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다."
"주변의 여건이 내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때로는 큰 힘이 되어준다"
"누가 나를 앞질러가려고 하거든 그냥 비켜줘라. 그 사람은 그냥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던 길도 한걸음 다가서서 보면 차츰 분명하게 보인다."
"누구든 따뜻한 식사를 대접한다면 감사한 마음을 갖자."
설악산 중청 대피소의 모습.
얼마 안있으면 철거된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에 기념으로 찰칵!
드디어 1박 2일간의 고생 산행길을 마치고 무사히 원점으로 복귀하였다.
스스로 화이팅을 외치며,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산에서 느꼈던 좋은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여기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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