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길이 있다면 괜찮아!

2018. 9. 28. 17:55즐거운 등산 일기

#길이 있다면 괜찮아

지난 8월, 등산길에 폭우를 만나서 다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이곳은 비가 피해가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기대를 갖고 출발한 산행이었습니다. 출발해서 약 두시간 정도 올라서 중턱쯤 올랐을때 한방울 두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늦게 출발한 산행이라서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조금 더 지나니 천둥이 치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라는 사실이 상기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치악산 등산로는 양쪽으로 높고 가파른 계곡을 따라 나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계곡물이 빠르게 모이는 형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비가 퍼붓기 시작합니다. 계곡물이 빠르게 불어납니다. 내려가려면 두시간은 걸릴것 같습니다. 빗물때문에 눈 앞도 잘 안보이고 더구나 너무 미끄러워서 하산 속도는 점점 느려집니다. 마음은 급하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빗발은 점점 굵어집니다.

하산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길을 놓지지 않기 위해서 온 신경을 기울입니다. 험한 내리막길도 있고 미끄러운 바윗길도 있고 삽시간에 불어난 개울도 건너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 혼자 개척해야 되는 길은 아닙니다. 누군가 이전에 이미 지나다녔을 길, 오늘은 공교롭게 저 혼자 지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스스로 되뇌입니다.

길이 있다면 괜찮습니다. 길을 잃었다면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그 자리를 찾아가면 됩니다. 그 곳에서 다시 길을 찾아보면 누군가 지나갔을 그 길이 희미하지만 보일것 입니다. 길이 있다면 괜찮아, 그렇게 두시간을 내려오니 어느덧 평지가 나타나면서 비가 잦아들고 있었습니다. 

#치악산을 다시 오르다

지난달에 치악산을 오르다가 비와 천둥을 만나는 바람에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와야 했던 치악산을 오늘 다시 오릅니다. 산은 꼭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정상까지 못 가본 것이 못내 아쉬었나 봅니다. 게다가 요즘 날씨는 정말 등산하기에 너무 좋은 날씨 아닌가요? ㅎㅎ

치악산 정보 링크

등산 코스는 구룡사에서 출발해서 사다리병창길을 올라서 정상인 비로봉까지 왕복코스입니다. 대략 시간은 왕복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등산 루트를 순토무비로 먼저 올려봅니다. 


치악산 국립공원입구입니다. 치악산은 높이가 1,288M로 결코 만만한 높이가 아니더라구요. 


소풍 나온 어린이들,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오를 수 있습니다. 

등산 코스는 전반전과 후반전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구룡사에서 시작해서 세렴폭포까지의 전반전은 평탄하고 아주 수월합니다. 유치원생들이 소풍을 와도 괜찮을 정도로 완만한 코스입니다. 하지만, 세렴폭포에서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경사가 급하고 험한 코스입니다. 사진과 같이 양갈래길을 만나게 되는데 사다리병창길을 택하던 계곡길을 택하던 힘들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사다리병창길을 택해서 비로봉까지 올라갔습니다. 중간에 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오히려 바위와 자갈길이 험한 계곡길보다는 "그나마" 수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다리 병창길 : 거대한 암벽군이 마치 사다리꼴 모양으로 되어 있고, 암벽 사이에 자라난 나무들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독특한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하여 사다리병창길 이라 한다. 병창은 영서 방언으로 "벼랑", "절벽"을 뜻함이라고 적혀 있네요.

중간 중간에 얼마나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갔는지 모르겠네요. 여러분도 계속 나타나는 계단길에서 포기하지 마시고 꼭 힘을 내어서 정상까지 가시길 바랍니다!

또 나타나는 계단길, 그래도 계곡길로 갔더라면 이런 계단도 없었을테니 오히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며 올라갑니다. ㅎ

드디어 정상인 비로봉에 올랐습니다. 구름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였고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도 잔잔해서 너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려가기 싫을 정도로 좋은 날씨였습니다.


비로봉 미륵불탑 : 치악산 비로봉에 세워진 돌탑은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이라는 사람이 꿈에 비로봉 정상에서 3년안에 3기의 돌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가 있어 혼자서 탑을 쌓은 것이라고 합니다. 1962년 9월 처음 쌓기 시작라여 1964년 5층으로 된 돌탑을 쌓았으나 1967년과 1972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졌던 것을 용창중씨가 각각 그해에 복원을 했답니다. 1994년 이후 두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 국입공원 사무소가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미륵불탑중 남쪽의 탑은 용왕탑, 중앙의 탑은 산신탑, 그리고 북쪽의 탑을 칠성탑이라고 하며, 용창중씨는 1974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노랗고 빨갛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정상부터 단풍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올 여름 그렇게 무더웠고 가을이 올까 싶었는데 단풍잎으로 보니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반응형